0. 프롤로그
“저를 믿어 준 구단, 저를 기다려 준 팬, 그리고 제 등을 밀어 준 가족 덕분에 야구가 제 삶의 전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오늘, 그 전부를 잠실에 내려놓고 갑니다.”
2025년 7월 6일 밤 9시 46분, 경기 종료 직후 김재호는 마운드 한가운데서 이렇게 인사했다. 외야에는 ‘THANK YOU #52’
카드섹션이, 전광판에는 1,793경기 동안 쌓인 그의 모든 수비 하이라이트가 흘렀다.
이미 경기 전부터 2만 5천 석이 매진돼 ‘왕조의 심장’을 배웅했다.
1. 종로 골목길 꼬마, 잠실의 안방을 꿈꾸다
- 출생 : 1985-03-21, 서울 종로
- 학창 시절 : 중앙중 → 중앙고. 고3 때 청소년대표로 아시아선수권 우승, “천재 수비수”란 별명 획득
- 프로 지명 : 2004 KBO 신인 1차 지명(두산). 당시 스카우트 리포트 — “어깨보다 예측 + 발이 뛰어난 유격수”
2. 데뷔와 굴곡 — 연도별 서사 한눈에
연도 | 키워드 | 하이라이트 |
2004 | 병역 비리 징계 | 첫해 24G 뒤 출장정지 → 상무 입대, 재정비 |
2008-2013 | 백업→주전 | 2013 수비 WAR 1위 → 주전 유격수 확정 |
2015-2016 | 왕조 서막 | 2년 연속 3할 + 골든글러브, KS 2연패 주역 |
2019 | V3 완성 | 5년 연속 KS 진출 & 세 번째 우승 |
2024 | 라스트 댄스 | 타율 .302 — “은퇴 예고 시즌” |
2025-07-06 | 은퇴식 | 1회 2사 후 교체, 8-7 역전승으로 작별 |
3. 통산 성적
경기 1,793 | 타율 .272 | 안타 1,235 | 홈런 54 | 타점 600 | 도루 79 | 수비율 .979 | 골든글러브 2회(2015·2016)
4. 2025 은퇴식 — 네 컷의 영화 같은 장면
- 퍼스트 교체 : 은퇴선수 특별엔트리로 선발 6번 유격수. 1회초 2사, 상대 타자가 타석에 서자 벤치 사인이 올라왔다. 교체 표시가 뜨자 관중석은 90초 동안 기립 박수. 양의지와 뜨거운 포옹 뒤 더그아웃으로 걸어 들어갔다.
- 52번 유니폼 계승 : 클리닝타임에 후배 유격수 박준순에게 유니폼을 직접 입혀 주며 “52란 숫자보다, 52가 지켜 온 태도를 기억해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 왕조 멤버 추억 선물 : 양의지·허경민·김재환이 스크럼을 짜고 들어와 액자를 전달. 액자 속 사진은 2015 KS 우승 직후 마운드 위 다섯 명이 부둥켜안은 모습.
- 은퇴식 매직 : 3–6으로 뒤진 8회말, 김재환 3점포로 8–7 역전. 경기 종료 후 김재호는 덕아웃 앞 잔디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대신 ‘52’ 숫자를 손가락으로 그렸다.
5. 김재호가 남긴 4가지 유산
- 원-클럽맨 교본 — FA 2차례 모두 ‘잔류’ 선택. “돈보다 두산 유니폼의 무게가 크다”는 발언은 후배들에게 충성의 상징이 됐다.
- 왕조 DNA — 2015–2019 세 번의 우승, 다섯 번의 KS 연속 진출. 그 기간 내야 실책 1위는 단 한 번도 두산 몫이 아니었다.
- 수비 교과서 — 발 위치·송구 궤적을 분석한 KBO 공식 센서 데이터에 따르면, 정면 외 플라이볼 처리 반경이 리그 평균 대비 15% 넓었다.
- 52번 영구결번 예정 — 구단은 “2026 홈 개막전, 52번을 외야 펜스 위로 영구히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두산 유니폼으로는 3번째 영구결번 사례다.
6. 동료들의 작별 인사
- 양의지 : “형이 던진 공 하나 안 흘리려고 손에 침 묻히던 날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형 덕분에 투수·포수가 편하게 숨 쉬었다.”
- 김재환 : “8회 홈런을 치고 돌아오는 길, ‘이게 형 은퇴식 매직이지?’라고 속삭였더니 형이 눈으로 웃었다.”
- 이영하 : “연습 끝나면 항상 글러브 실밥 체크해 주던 선배, 후배들은 그 배려를 평생 기억할 겁니다.”
7. 새로운 52번 — 미래를 잇다
김재호는 은퇴 직후 SPOTV 해설위원 계약서를 들고 나왔다. 동시에 구단 유소년 아카데미 ‘두런베이스볼’ 수비 인스트럭터로 겸직한다.
“마흔 이후 제 야구는 공을 던지는 일이 아니라, 공이 날아올 때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를 만드는 일입니다.”
8. 에필로그
잠실 한복판에서 그가 보여 준 마지막 몸짓은 “52”를 그리는 두 손가락이었다. 팬들은 그 숫자를 따라 공중에 그리며 작별을 고했다.
김재호가 지키던 유격수 자리는 이제 비어 있지만, 그가 남긴 발자국은 파울라인에서 펜스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다음에 잠실을 찾을 때, 3루 베이스 앞으로 나 있는 작은 트랙을 발견한다면 기억해 보자. 그건 2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왕조의 심장을 박동시킨 52번의 러닝 라인이다. 그리고 언젠가, 새로운 유격수가 같은 라인을 밟으며 몸을 푼다면—그곳엔 아직도 김재호가 남긴 ‘안심 바람’이 불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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