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헐리우드 영화와 프랑스 누벨바그. 이 두 이름은 영화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 이름만으로는 각각의 영화가 어떤 감각을 품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지 온전히 체감하기 어렵죠. 고전이라는 이름 아래 안정적인 플롯을 설계한 헐리우드 영화와, 틀을 깨며 질문을 던진 프랑스의 누벨바그는 단순히 시대나 지역을 기준으로 나뉘는 흐름이 아닙니다. 그들은 영화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랐습니다.
1. 헐리우드 클래식, 구조와 장르의 미학
미국 고전영화, 즉 ‘클래식 헐리우드 영화’는 대중이 영화를 처음으로 생활 속 문화로 받아들였던 시기의 중심이었습니다. 1930년대부터 60년대 초반까지, 할리우드는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며 스튜디오 시스템을 중심으로 영화산업의 황금기를 열었습니다.
이 시기의 영화들은 한마디로 ‘완벽한 균형’을 추구했습니다. 이야기는 기-승-전-결 구조를 따르며 명확한 인과관계로 이어졌고, 인물은 행동을 통해 성장하거나 갈등을 해결하며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카사블랑카》(1942)나 《시민 케인》(1941) 같은 영화는 이야기의 구조와 정서 전달 면에서 지금도 전범처럼 인용되는 작품입니다.
장르도 이 시기에 체계화됐습니다. 뮤지컬, 필름 누아르, 서부극, 멜로드라마 등 각 장르마다 상징과 관습이 명확했고, 관객은 그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소비했죠.
2. 누벨바그, 틀을 깨고 시선을 돌리다
1950년대 후반, 프랑스의 젊은 평론가이자 영화광이었던 고다르, 트뤼포 등은 기존의 헐리우드 영화가 지나치게 정형화되어 있다고 여겼고, ‘감독의 개성’이 살아 있는 새로운 영화를 꿈꾸기 시작합니다.
《네 멋대로 해라》(1960), 《400번의 구타》(1959) 등 누벨바그 영화는 길거리 촬영, 점프컷, 내레이션 등 실험적 방식으로 플롯보다는 감정, 시선, 순간에 집중했습니다. ‘영화는 꼭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법칙을 깬 그들은 결국 ‘영화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3. 충돌보다 조화 – 지금의 영화가 말해주는 것
현대의 수많은 감독들은 헐리우드의 구조적 안정성과 누벨바그의 실험정신을 함께 끌어안고 작업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서사와 인물의 감정을 클래식하게 구성하면서도, 현실을 해석하는 방식은 분명히 누벨바그적인 시선을 가집니다.
이 두 흐름은 서로를 자극하며 영화라는 언어를 더 넓고 풍성하게 만들어왔습니다.
결론: 영화는 이야기 그 이상이다
클래식 헐리우드와 누벨바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고전의 아름다움, 형식을 해체하는 누벨바그의 용기. 둘 다 결국 우리에게 ‘더 많은 감정, 더 깊은 시선’을 열어주는 창입니다.
오늘 저녁, 《카사블랑카》와 《네 멋대로 해라》 중 무엇을 볼지 고민된다면, 둘 다 보세요. 그리고 그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인간을 이야기하는 두 세계를 경험해보세요.